해장국이란 숙취를 풀기 위해 먹는 국을 말하며, 돼지뼈를 넣고 끓인 뼈해장국, 선지를 넣고 끓인 선지해장국, 콩나물을 넣고 끓인 콩나물해장국, 북어나 황태를 넣고 끓인 황태해장국, 순대국, 올갱이해장국 등이 있습니다. 오늘은 해장국의 다양한 종류와 유래 및 특징, 차이점, 효능 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해장국의 유래
해장의 본딧말은 해정(解酲), 즉 해장국은 숙취(酲/정)를 푸는(解/해) 국이라는 뜻입니다. 이는 세월에 따른 단순한 음가 변화일 뿐, 장(腸)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고려시대부터 시작해서 조선시대를 거쳐 개화기, 현대에 이르는 동안 계층에 관계없이 폭음을 주저하지 않았던 한국인들은 전 세계에서 유례없는 해장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만큼 술 좋아하는 나라는 많고 이들도 과음을 했을 때 챙겨 먹는 나름의 음식이 있지만, 아예 '해장국'이라는 분류 아래 해장 전용 음식까지 만들어가며 해장에 정성을 기울이는 나라는 한국을 제외하면 거의 없다고 합니다.
'마셔라 부어라' 등으로 대표되는 음주 문화를 가지고 있는 한국과는 달리,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대체로 만취해서 속을 버릴 때까지 술을 먹는 것을 그다지 좋지 않게 보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입니다.
해장국이라는 이름은 조선시대에서 등장한 표현으로 이때부터 대중적인 요리가 되었다고 나와 있으며, 당대의 수많은 해장국 중에서 특히 '효종갱'이라는 된장국 비슷한 해장국이 있었는데 배추, 콩나물, 송이버섯, 표고버섯, 쇠갈비, 해삼, 전복 등 18가지 재료와 토장을 섞어 종일 푹 고아낸 국으로 보양도 되는 데다 맛도 아주 뛰어나서 양반들 사이에서 인기가 최고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효종갱을 잘 요리하는 식당이 남한산성이나 청진동 쪽에 있었기 때문에 한양의 양반들이 해장국이 먹고 싶을 땐 꼭두새벽부터 하인들에게 '해장국 셔틀'을 시키는 일이 많았다고 합니다.
기록에 따르면 요즘 시간으로 거의 새벽 3~4시에 하인을 보냈다고 하며, 삯을 더 주면 식당에서 직접 배달을 해줬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이게 사실이면 테이크 아웃이나 배달 음식의 원조인 셈입니다.
대표적으로 숙취해소에 좋은 것은 콩나물과 황태를 사용한 해장국인데, 실제로 궁중처방에도 주상(酒傷)에는 대두황권(大豆黃卷)이 특효라고 나와있는데, 주상이 숙취이고 대두황권은 어린 콩나물을 가리킵니다.
효종갱이나 청진동 해장국거리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 조상대로부터 숙취를 좀 더 쉽게 해소할 수 있는 여러 노력이 추구되었으며 이는 오늘날의 각종 해장국으로 전파된 것으로 보입니다.
해장국 종류
1. 뼈해장국
감자탕을 1인분으로 담아 오는 것이니 감자탕과 사실상 같은 음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돼지 등뼈를 끓여 푹 고아 만드는 해장국으로 선지 해장국과 마찬가지로 우거지가 같이 들어있는 경우가 많으며, 등뼈에 붙은 고기를 발라먹고 빨아먹는 재미가 쏠쏠한 음식입니다.
국산 등뼈에는 뛰어난 발골 실력덕에 살이 거의 많이 붙어있지 않고, 가격대가 비싸다 보니 수입산 등뼈를 많이 사용합니다.
실제로 집에서 요리해 보면 알겠지만 후추 등의 향신료로 돼지 특유의 누린내만 잡고 푹 고아 주면, 맛없게 만들기는 힘들 정도로 시간이 필요할 뿐 어려운 요리에 속하지는 않습니다.
2. 선지해장국
소나 돼지피를 이용한 즉, 선지를 사골 육수에 삶아 만드는 해장국을 말합니다.
대구에서 식사와 해장용으로 모두 유명한 따로국밥도 이 선지 해장국과 공깃밥을 따로 내오는 음식으로 유명합니다.
알코올을 분해하면서 소모된 여러 비타민과 조효소를 보충하는데 좋으며, 선지와 함께 이런저런 내장을 같이 넣어 끓이는 곳도 있고, 우거지나 콩나물, 두부 등 식물성 재료를 같이 넣고 만들어 균형을 맞춰 나오는 곳이 일반적입니다.
아무래도 피를 주 재료로 하기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이기도 하지만, 해장국 맛을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해장국 그 자체의 이미지를 지닌 것이 바로 선지해장국입니다.
3. 콩나물 해장국
멸치와 다시마로 우려낸 육수에 콩나물을 듬뿍 넣고 끓여서 밥을 말아 끓인 해장국으로, 음식점에 따라 공깃밥을 따로 내오거나 오징어 혹은 낙지를 송송 썬 것을 같이 넣고 끓이는 곳도 있습니다.
그리고 콩나물 해장국의 별미인 수란이 따라 나오는데, 먹는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수란 그릇에 해장국 국물을 몇 숟갈 끼얹고 김을 살살 부셔서 얹어먹거나 해장국에 푹 담가서 먹게 되면 그 맛이 아주 일품입니다.
아스파라긴산이 포함되어 있어서 해장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뿌리에 거의 밀집되어 있는 아스파라긴산 보다 실제로는 또 다른 성분인 아르기닌이 숙취해소에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뿌리에 함유되어 있는 아스파라긴산의 양은 매우 적으나, 콩나물 국물이 우러나오면서 다량 생성되는 아르기닌이 훨씬 숙취해소에 도움이 됩니다.
콩나물 해장국은 전라북도 전주에서 향토음식으로 유명합니다.
4. 황태(북어) 해장국
명태가 많이 잡히던 강원도 동부 지방을 중심으로 하는 향토 음식으로, 특히 북어의 숙취 해소 효과는 오랜 세월을 거쳐 입증된 탓에 전국구급 인기를 자랑합니다.
다른 해장국 종류와 달리 담백한 맛이 일품이며 계란과 북어나 황태가 듬뿍 들어가 스테미너 회복에 좋은 뽀얀 국물요리입니다.
5. 다슬기해장국(올갱이국)
충청도 지역에서는 고둥의 일종인 다슬기를 올갱이라 부르며, 이를 넣고 끓인 올갱이국이 해장국으로 많이 소비됩니다.
시력 보호, 간 기능 회복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하며 철분 함유량이 많아 빈혈과 숙취해소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유명한 해장국 중 하나이며, 일반적으로 크게 자극적이지 않아 다른 해장국에 비해 위에 부담을 주는 것도 덜한 편입니다.
6. 몸국
제주도에만 있는 해장국으로, 돼지고기 육수에 해조류인 '몸'(제주도 방언)이라는 모자반을 넣어서 만드는 국을 말합니다. 다만 제주도에서도 해장국 집은 대체로 선지해장국을 주로 팔고, 몸국은 따로 몸국이라고 간판을 내걸고 판매됩니다.
해초와 고기 조합이라 이상하다고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의외로 맛이 좋아, 제주도 여행 시에 일부러 찾아가 먹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소고기나 닭고기가 들어간 미역국을 생각한다면 그리 낯설지도 않습니다.
7. 재첩국
섬진강을 사이에 둔 경상남도 하동과 전라남도 광양에서는 재첩으로 끓여낸 재첩국(동남 방언으로는 재치국 또는 갱조개국)을 해장국으로 즐겨 먹습니다.
재첩은 강의 모래가 많이 섞인 진흙바닥에 사는 조개로 작고 볼품은 없어 보일 수도 있으나, 단백질 함량이 100g당 12.5g으로, 단백질 덩어리라 여기는 두부의 단백질 함량이 100당 약 9g인 것을 생각해 보면 매우 풍부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다만 조그마한 재첩 살을 일일이 다 먹었을 때에나 해당하므로 섭취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냥 국물만 내고 말 거면 단백질 함량은 큰 의미가 없으나, 메티오닌과 타우린등 몸에 좋은 아미노산이 많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입추 전의 재첩은 간장약'이라는 말이 있는데, 바로 재첩의 이런 영양 구성으로 인해 생긴 말입니다.
8. 순대국(돼지국밥)
순대국은 돼지뼈를 푹 고아 우려낸 사골 국물에 순대, 돼지 머리 고기, 염통과 돼지 위(오소리감투), 소창, 대창 등 각종 내장류를 넣고 다시 한번 끓여 만든 국밥을 말합니다.
순대국은 술 먹을 때 술국으로 곁들여먹기도 하지만, 해장국으로도 즐겨 먹는 음식입니다. 여기서 순대를 제거하고 돼지 부속이나 내장만을 이용하여 내장탕으로 끓이게 되면 돼지국밥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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