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 대통령 불소추특권, 외교관 면책 특권 등 비슷한 듯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기 내용면에서 권한과 권리가 조금씩 다른 점이 있습니다. 이에 오늘은 각 직위의 면책특권의 종류와 내용 및 불체포특권과는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차이점등을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국회의원 면책특권
국회의원 면책특권이란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밖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하는 특권을 말합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45조에 따르면 국회의원이 본회의 또는 위원회에서 행한 발언이 설사 제삼자의 명예를 해치는 경우가 있더라도 형사상의 책임은 물론 민사상의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이때 적시된 사실이 진실인지, 또 진실이라고 믿은 데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 또는 비방의 목적이 있는지 여부와는 상관없습니다.
다만 허위임을 인식한 상태에서 허위 사실을 적시하여 명예를 훼손하거나 직무와 관련이 없는 경우는 예외입니다. 또한 국회의원의 발언에 대한 회의록을 공개하고 그 내용을 널리 알리는 것도 공개회의에서의 의사를 충실히 보도하는 한 누구의 책임도 물을 수 없습니다.
면책특권의 대상이 되는 행위는 국회의 직무수행에 필수적인 국회의원의 국회 내에서의 직무상 발언과 표결이라는 의사 표현 행위 자체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이에 통상적으로 부수하여 행하여지는 행위까지 포함됩니다.
따라서 국회의원이 국회의 위원회나 국정감사장에서 국무위원·정부위원에게 하는 질문이나 질의 또는 정부·행정기관에 대한 자료 제출 요구도 면책특권의 대상이 됩니다. 국회의원이 입법 및 국정통제 활동을 수행하기 위하여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은 본회의장 및 상임위 회의장에서의 발언에만 적용되며, 따라서 같은 의사당 건물 내라 하더라도 소통관에서 한 발언에는 면책특권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면책특권은 직무상의 어떤 행위나 발언에 책임을 지지 않는 권리를 뜻하며, 불체포특권과는 다른 권한입니다.
불체포 특권이란 특별한 직위에 있는 사람이 공권력에 의해 체포되지 않을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이란?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으며, 국회의원이 회기 전에 체포 또는 구금된 때에는 현행범이 아닌 이상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회기 중에는 석방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대통령 불소추특권
대통령은 그 원활한 임무수행을 위하여 형사상 특권을 부여받고 있는데 그것이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과 비슷한 성격의 불소추 특권입니다. 우리 헌법 제84조에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라고 하여 대통령의 형사상 특권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형사 소추뿐만 아니라 형사 소추를 위하여 압수수색, 체포구속당하지 않으며 증인으로 구인당하지 않습니다.
헌법 제84조 조항에 따라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에는 재직 중 기소를 할 수 있으나, 현실적으로 대통령이 쿠데타를 저지르거나 대한민국을 외국에 넘기려고 시도하는 경우, 이를 검찰이 바로 기소 및 처벌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며, 특히 그러한 죄를 저지른 대통령들이 무사히 퇴임한 상태에서 공소시효가 초과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를 대비하여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대통령의 재임기간 중 공소시효를 정지시키고 퇴임 후에도 죽기 전에만 발각되면 처벌할 수 있게 하는 헌정질서 파괴범죄의 공소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되어 있습니다.
또한 대통령도 직무를 수행하면서 행하는 적법한 모든 행위에 대하여는 법적인 책임을 지지 않는 면책특권이 있습니다.
대통령의 판단 오류 등으로 인한 정책집행의 오류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위법한 행위나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법적인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외교관 면책특권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에 의거하여, 외교관은 신분상의 안정과 직무의 효율적 수행을 위해 현직 외교관으로 활동하는 동안 비엔나 협약 31조에 따라 주재국의 일체의 형사 재판 관할권으로부터 면제되며,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민사 재판 관할권으로부터도 면제됩니다.
다만 외교관 역시 비엔나 협약 41조에 따라 주재국의 법령을 존중할 의무가 부과되며 법령을 위반한 경우 그에 따른 책임은 당연히 발생하되, 단지 주국이 절차법적으로 재판을 진행할 수 없다는 점에서 엄밀히 따지면 '면책'이라는 표현은 어색한 점이 있습니다.
주재국은 해당 인물을 추방시킬 수 있고, 형사 사건의 경우 문제의 외교관을 단기간 체포 하는 것, 외교관의 행위에 대해 정당방위를 행사하는 것도 모두 허용됩니다. 그리고 주재국 관헌은 자국 외무부에게 외교적 간섭을 요청할 수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따지고 보면 면책 특권은 외교관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닌, 외교관을 임명한 나라에 주어지고, 그 나라가 외교관에게 잠시 주는 형식입니다. 이론적으로는 외교관의 출신국이 면책특권을 뺏을 수 있습니다.
본국에서 면책 특권을 뺏게 되면 특권이 바로 사라집니다. 또한 주재국에서는 불법체류자가 됩니다.
범법행위에 대한 공소시효가 있더라도 국외에 있을 때에는 당연히 정지되며 귀국 혹은 국적 여객기나 국적선박 탑승 시점부터 공소시효가 시작됩니다.
대한민국에서도 사례가 있었는데 주 칠레 외교관이 현지에서 미성년자를 성추행한 사건이 가장 유명합니다. 귀국 후 파면되었고, 대륙법계 특성상 외국에서 범죄를 저지른 자국민을 처벌할 수 있다는 한국 법에 따라 실형 선고도 받았습니다. 이 때문에 외교관에 적용되는 특권은 면책 특권이라기보다는 불체포 특권에 가깝습니다.
이 특권이 악용된 사례로 주한 벨기에 대사 부인이 옷가게 점원 폭행 사건을 꼽을 수 있습니다. 대사 부인이 면책특권을 앞세워 갑질을 일삼는 등으로 면책특권을 지독하게 악용하였고, 이 때문에 대한민국 국민의 공분을 샀습니다. 결국 해당 외교관 부부는 본국으로부터 '즉시 귀국' 처분을 받아 사실상 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규정되었습니다.
페르소나 논 그라타는 주재국은 언제든지 그리고 그 결정을 설명할 필요 없이 공관장이나 또는 기타 공관의 외교직원이 '불만한 인물' 또는 '받아들일 수 없는 인물'이라고 파견국에 통고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경우에는 파견국은 적절히 관계자를 소환하거나 또는 그의 공관직무를 정지시켜야 합니다.
또한 주한중국대사관의 경우 광주 총영사관 직원이 음주운전에 면책특권(영사면제)을 주장하다가 망신을 샀습니다. 참고로 영사직원은 외교관과 달리 직무 행위에만 영사면제를 인정하므로 음주운전 같은 개인적인 행위에는 영사면제가 인정되지 않습니다.
라이베리아 2인조 부산 여중생 성폭행 사건에서는 피의자인 외국인이 외교관 여권을 통해 입국한 외교관이기에 이 특권의 대상임을 주장하였으나 이들은 당사국인 대한민국에서의 업무로 인한 외교관 지위를 받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특권이 인정되지 아니하였고 정식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되었습니다.
따라서 외교관의 면책특권은 국회의원, 대통령의 업무상 면책특권과는 다르게, 그 죄가 완전히 '면책'되는 것이 아니고, 본국으로 돌아가거나 다른 나라에 외교관 여권으로 간다 하여도 해당 범죄로 인한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외교관이 가지는 체포 또는 구금당하지 않을 권리가 엄밀히 말하자면 면책특권이 아니라 불체포 특권에 가깝습니다. 왜냐하면 면책특권은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책임을 지지 않고 죄가 면제되는 것을 말하는데 외교관은 본인이 주재하는 그 해당 국가에서 체포 구금당하지 않는다는 것이지 본국으로 돌아가면 동일한 죄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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